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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10번째 시즌 앞둔 박세웅 "살도 찌고...경험도 많이 했죠"

2014년 3월,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 살' 박세웅(29·롯데 자이언츠)에겐 고민 하나가 있었다. 바로 운동선수치고는 너무 마른 체형. 키(1m82㎝) 대비 체중(75㎏)이 부족했다. 당시 박세웅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다. 더 힘이 실린 공을 던져야 하는 내게 증량은 큰 숙제"라고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박세웅은 체중 85~87㎏를 유지하고 있다. 몸집도 데뷔 초보다 상당히 커졌다. 이제 체중 관리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신인 시절에 비해 가장 달라진 점을 묻자, 그는 "체형이다. 그때는 빼빼 말랐지만, 이제는 살이 좀 붙었다"라며 웃었다. 농담 섞인 진담이었다. 박세웅은 2015년 염종석 당시 롯데 투수코치(현 동의과학대 감독)의 조언을 듣고 치킨과 탄산음료를 질리도록 먹었다.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도 병행했다. 2015시즌이 끝난 뒤 맞이한 겨울에만 6㎏를 늘려 80㎏를 만들었다. 현재 체중은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질까지 바꿀 만큼 노력한 결과다. 2014년 1차 지명으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던 박세웅은 '특급 유망주'다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2015년 5월 롯데로 이적한 뒤 선발 투수로 안착했고, 고(故) 최동원과 염종석의 뒤를 잇는 자이언츠의 '안경 에이스'로 성장했다. 2017 정규시즌에는 12승을 거두며 롯데의 포스트시즌(PS) 진출에 기여했다. 롯데는 2022년 10월 구단 최초로 박세웅에게 비(非) 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5년·90억원)을 안겼다. 박세웅은 어느덧 1군 데뷔 10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그는 "팀에서도 중간 서열이 됐다. '벌써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났나'라는 생각에 놀라기도 한다. 신인 시절 그렸던 내 모습과 조금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잘 버텨낸 것 같다"라고 했다. 박세웅이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2015·2016시즌 연속으로 두 자릿수 패전을 기록했고, 2018년 스프링캠프에서 생긴 팔꿈치 부상 탓에 시즌 초반 결장한 뒤 그해 11월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기도 했다. 2020시즌 풀타임을 소화하며 재기한 박세웅은 이후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지난해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선발되며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인정받았다. 지난 9시즌(2015~2023)을 돌아본 박세웅은 "부상이나 부진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얻은 게 더 많다. 선발 투수 임무를 해내며 쌓은 모든 경험이 의미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박세웅은 지난해 10월 출전한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을 이끌며 병역 혜택을 받았다. 미필 상태로 롯데와 다년 계약을 했던 그는 이제 공백기 없이 소속팀에 기여할 수 있다. 박세웅에게 "제2의 야구 인생이 시작된 것 같은가"라고 물었다. 박세웅은 "좋은 일도 있고,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매 시즌 새로운 경쟁을 맞이하기 때문에 특정 사건을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롯데는 김태형 감독님이 새로 부임하시며 새출발을 앞두고 있다. 나도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롯데팬의 성원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 목표는 시즌 완주다. 2016시즌 전반기 6승을 거두고, 후반기엔 1승에 그쳤던 박세웅은 기록에 연연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는 "솔직히 목표를 세우고 좇으면 (기록을) 의식하게 되더라. 이제 나도 애버리지(평균 기록)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이탈하지 않고 풀타임으로 선발 투수 임무를 소화한다면, 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세웅은 2023시즌 1승 더 채우지 못해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달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154이닝을 막아내며 3시즌 연속 150이닝을 돌파했다. 최근 3시즌 평균 158이닝, 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1.3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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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새 단장한 사직, 김태형호 새 출발 롯데에 큰 힘 될까

롯데 자이언츠의 홈그라운드 부산 사직야구장이 내·외야 잔디 재정비를 마쳤다.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공사를 완료했다.롯데는 매년 사직-상동 이원화로 진행해 온 마무리 훈련을 이번에는 상동 2군 구장에서만 진행했다. 그라운드 정비 영향 때문이었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잔디 교체 및 보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구단 관계자는 "잔디 보식 작업을 마치고 현재 안착 단계"라고 전했다. 그라운드 잔디의 사용 연한은 최대 10년이다. 롯데는 2018년 말~2019년 초에 걸쳐 내·외야 잔디를 포함해 흙까지 전면 교체를 진행한 바 있다. 잔디 교체 시기가 다가오지 않았지만, 지난가을 공사를 진행했다. 구단 관계자는 "원래 내·외야 모두 하자가 발견된 곳만 정비하려다가 내야 잔디는 전면 교체했다. 외야는 이상이 발견된 곳만 보식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배수 취약 지역에 맹암거(매설 수로) 공사까지 진행, 잦은 우천에도 그라운드가 잘 관리되도록 정비했다. 그만큼 사직구장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았다. 2023년 전국 평균 강수량은 1740.3㎜로, 2003년(1861㎜)에 이어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장마철 강수량은 660.2㎜로 역대 세 번째였다. 더군다나 지난해 7월 14~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올스타전이 열렸다. 그라운드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면서 잔디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키움과의 후반기 첫 3연전에서 원정팀 이정후(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외야 수비 중 발목을 다쳐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다. 눈에 띄는 점은 공사를 일찍 마쳤다는 점이다.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두 달에 걸쳐 공사를 진행했다. 이전에 각종 그라운드 재정비 작업 중에는 시범경기를 원정 경기로만 치르기도 했다. 롯데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방자치단체의 허락을 얻어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탓에 공사가 늦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선수단이 바뀐 그라운드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일찌감치 대비하고 준비에 나섰다. 구단 관계자는 "겨울철에 공사가 이뤄지면 추운 날씨에 잔디가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더라.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잔디가 뿌리를 내릴 때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래서 예년보다 일찍 공사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사 시점을 앞당긴 것뿐만 아니라 양질의 잔디를 공급받고자 발품을 팔았다. 비시즌 선수단이 개인 훈련을 하러 사직구장에 나와 캐치볼과 러닝을 진행할 때도 잔디 안착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롯데 주장 전준우는 정비를 마친 그라운드 상태를 확인한 뒤 "지난해 잔디가 너무 안 좋았다. 배수도 잘 이뤄지지 않아 미끄러지는 등 부상 위험도 있어 경기력에 지장을 받았다"며 "선수들이 잘할 수 있게끔 주변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좋다. 선수들에게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면 그만큼 좋은 성적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태형 감독 체제로 새출발하는 롯데와 사직구장이 산뜻하게 재정비를 마쳤다.이형석 기자 2024.01.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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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신(信) 에필로그] 그 짜릿한 포구...레전드 포수의 워너비 투수는 선동열

본지는 6회에 걸쳐 ‘포수의 신(信)’ 시리즈를 연재했다. 프로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포수(조범현·김동수·박경완·진갑용·강민호·양의지)들을 차례로 만나 얘기를 나눴다. 포수가 공 배합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들이는지, 투수와 끈끈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갖는지, 어떤 고충이 있고 무엇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는지 두루 전할 수 있었다. 레전드 포수들 사이에도 투수를 리드하는 최우선 가치에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긴밀한 소통과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포수, 선·후배 관계를 떠나 포수가 주도해 이끄는 호흡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수 등. 물론 정답은 없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건 의외로 포구의 중요성이었다. 포수에겐 일상과도 같은 일, 포일(투수가 던진 공을 빠뜨리는 것)이라도 범하면 쏟아지는 질타를 받을 만큼 쉽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게 포구다. 포수들은 공을 ‘잘’ 받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미트 움직임으로 심판을 현혹하는 프레이밍(catcher framing)이나 도루 저지를 위한 빠른 송구 동작도 일단 공을 정확히 잡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투심 패스트볼(투심) 컷 패스트볼(커터) 등 무브먼트가 있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지면서, 포수의 고충은 더 늘었다고 한다. 강민호도 “3시즌(2010~2012) 동안 배터리를 이뤘던 라이언 사도스키의 투심 패스트볼은 잡을 때마다 (미트를 착용한) 왼손이 아팠다. 나중엔 엄지 보호대를 낄 정도였다”라고 돌아봤다. 이번 릴레이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기도 했다. 사도스키의 투심 구속은 140㎞/h 중반이었다. 더 안정감 있는 포구를 위해 체형을 바꾸는 노력까지 하는 게 포수였다.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은 코치 시절, 소속 포수들이 하반신 근력과 유연성을 모두 키울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 ‘지옥훈련’을 견딘 게 박경완 LG 트윈스 배터리 코치였다. 박 코치도 후배 포수들의 유연성 강화를 위해 혹독하게 이끌었다. 지도를 받은 김민식(SSG 랜더스)이 “매일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것 같았다”라고 돌아볼 정도였다. 포구는 포수에게 희열을 안기기도 한다. 빼어난 투수의 묵직한 공을 받았을 때 손끝에서 전해지는 짜릿한 느낌이 포수를 신나게 만든다는 얘기다. 김동수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소속팀에도 좋은 투수들이 많았지만, 한·일 슈퍼게임(1990년대 초반 열린 한·일 프로야구 올스타 정기전)에 나가면 리그 대표 투수들의 공을 받는 것만으로 행복했다”라고 전했다. 강민호도 “국가대표팀에서는 불펜에서 공을 받을 때도 즐거웠다. 특히 다른 소속팀 투수들은 ‘이런 공을 던지니까 내가 (타석에서) 못 쳤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며 웃어보였다. 레전드 포수들에게 배터리 호흡을 맞춰보지 않은 투수를 전제로 “꼭 받아 보고 싶은 공”을 꼽아달라고 했다. 단연 ‘국보투수’로 불리는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진갑용 KIA 타이거즈 수석코치는 “내가 막 프로 무대에 들어왔을 땐 (선동열) 감독님이 일본 리그에서 뛰고 계셨다. ‘투수’ 선동열이 던지는 공은 못 받아봤다”라고 아쉬움을 전하며 “감독님 주 무기였던 슬라이더를 꼭 직접 받아 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강민호도 선동열 전 감독을 꼽았다. 그는 “과거 영상을 보면,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밑에서 위로 올라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공이 글러브로 빨려 들어올 때 기분은 받아보지 않은 이들에게 설명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양의지도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선동열 감독님이 던지는 모습을 보며 야구 선수 꿈을 키웠다. 한 번 꼭 받아 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1995년 열린 한·일 슈퍼게임에서 선동열 전 감독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박경완 코치는 “으레 하는 말 같지만, 내가 받아본 공 중 미트에서 전해지는 전율이 가장 강했던 게 선동열 감독님 직구였다. 돌덩이가 꽂히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김동수 위원은 ‘무쇠팔’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투수 코치를 언급했다. 신인 시절이었던 1990년,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었던 최 전 코치에게 홈런을 때려낸 기억을 돌아본 그는 "프로 입문 전부터 좋아했던 최동원 선배님의 전성기 직구와 커브를 받아보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은 자신이 공을 받아 보지 않은 투수와의 공을 갈망하지 않았다. 대신 중·고교 시절 가장 좋아했던 '1년 선배' 원민구 전 협성경복중학교 야구부 감독을 떠올렸다. 삼성 에이스 원태인의 아버지로 더 잘 알려진 야구인이다. 조범현 전 감독은 "그 시절에 스스로 연구해서 커터를 던졌던 선배다. 본인은 슬라이더라고 하는데 정말 살짝 휘어들어갔다. 무엇보다 그토록 자신감이 넘치는 투수가 없었다. 포수로서 그런 느낌을 받은 투수는 이후 없었다. 내가 존경하던 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수는 육체노동자다. 4㎏에 가까운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 시간 내내 쪼그려 앉아 있는다. 공 배합을 두고 감독의 질타, 투수의 불신을 받기도 한다. 심판과 가장 가까이 있다 보니, 부정확한 볼-스트라이크 판정에도 좀처럼 목소리는 내지 못하는 게 포수다. 심지어 기본 임무인 포구마저 어렵다. 그러면서도 투수의 성장에 기뻐하고, 정답이 없다는 공 배합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무겁고 묵직한 공을 받고 희열을 느낀다. 인터뷰를 나눈 6명 모두 "포수가 된 걸 후회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DNA를 가진 이들. 이런 아이러니가 주는 매력이 포수 탐구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9.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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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호랑이 사냥꾼'…1점대 ERA 붕괴, 멀어진 대기록

'호랑이 사냥꾼'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시즌 최악의 투구로 무너졌다.페디는 3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3이닝 8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7실점하며 시즌 6패(16승)째를 기록했다. 에이스가 흔들린 NC는 3-13으로 완패. 페디의 평균자책점(ERA)은 1.97에서 2.39까지 치솟았다. KBO리그 역대 6번(4명)밖에 나오지 않은 '시즌 20승·1점대 평균자책점'에 도전 중이었지만 KIA전 부진으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시즌 20승·1점대 평균자책점’은 1982년 박철순(당시 OB 베어스)과 1985년 최동원(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해낸 뒤 1986년, 1989~1990년 선동열(당시 해태 타이거즈) 1997년 김현욱(당시 쌍방울 레이더스)이 대기록을 세웠다. 투수의 역할이 분업화하고 타자의 기량이 향상한 21세기 들어선 그 누구도 기록을 정복하지 못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마찬가지다. 예상을 깬 결과였다. 페디는 올 시즌 KIA전에 2경기 등판, 2승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었다. 14이닝을 투구하면서 12탈삼진 무실점. 50타자를 상대해 단 하나의 사사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KIA전 피안타율도 0.160(피장타율 0.200)으로 강점이 뚜렷했다. 두 경기 모두 7이닝 소화. 그런데 31일 맞대결에선 추풍낙엽처럼 흔들렸다. 7실점은 페디의 한 경기 최다 실점(종전 5실점)이다.3회 급격하게 무너졌다. 페디는 3-1로 앞선 3회 말 무사 2루에서 김도영의 적시타로 실점했다. 1사 후 최형우-소크라테스-김선빈-김태군-변우혁에게 충격에 가까운 5연속 안타를 맞고 3-5로 점수 차가 뒤집혔다. 계속된 2사 만루 위기에선 박찬호에게 2타점 적시타까지 내줬다. 강인권 NC 감독은 4회 말 수비부터 신민혁으로 교체, 불펜을 가동했다. 페디의 투구 수는 78개였다.31일 경기 뒤 페디의 KIA전 평균자책점은 3.71(17이닝 7실점)까지 상승했다. '천적' 관계도 깨졌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9.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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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유일 투수'에 도전하는 페디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역대급 시즌'에 성큼 다가섰다.페디는 지난 25일 LG 트윈스전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홈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7이닝 1실점 쾌투로 시즌 16승(5패)째를 수확, KBO리그 다승 선두를 질주했다. 아울러 경기 전 2.01이었던 평균자책점을 1.97까지 낮췄다. 26일 기준 KBO리그에서 규정이닝을 소화한 20명의 투수 중 1점대 평균자책점은 페디뿐이다.강인권 NC 감독은 지난 20일 페디의 잔여 등판과 관련해 "로테이션상으로는 (추가 선발 등판이) 10번 정도 충분히 가능할 거 같다. 대화를 나눠봐야 하는데 후반기 중요한 경기가 있으면 (닷새 휴식이 아니라) 나흘 턴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디의 시즌 승률(0.762)과 잔여 등판 횟수(8~9회)를 고려하면 20승 달성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그가 만약 1점대 평균자책점까지 기록하면 KBO리그 외국인 투수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된다. 역대 시즌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해낸 외국인 투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이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베어스)로 그해 그의 성적은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이었다.국내 선수를 통틀어도 '희귀 기록'에 가깝다. 시즌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은 역대 4명의 선수가 총 6번 달성했다. 1982년 박철순(당시 OB 베어스)과 1985년 최동원(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해낸 뒤 1986년, 1989~1990년 선동열(당시 해태 타이거즈) 1997년 김현욱(당시 쌍방울 레이더스)이 대기록을 세웠다. 투수의 역할이 분업화하고 타자의 기량이 향상한 21세기 들어선 그 누구도 기록을 정복하지 못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마찬가지다.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2010년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다. 1998년 정명원(당시 현대 유니콘스) 이후 12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을 달성해 눈길을 끌었지만, 승리가 16번에 그쳤다. 시즌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은 빼어난 기량과 팀 타선의 득점 지원이 어우러져야 가능한 이정표. 페디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시즌 내내 슬럼프가 없다. 지난 2일 사직 롯데전에서 한 경기 최다 5실점하며 1점대 평균자책점이 무너졌지만, 페디는 빠르게 회복했다. 단 한 번도 2경기 연속 3실점하지 않았다. NC 타자들은 페디가 마운드에 있을 때 리그에서 가장 많은 5.09점을 지원한다. 실점은 적은데 득점이 많으니 빠른 속도로 승리가 쌓인다.페디는 지난 8일 1985년 김일융(당시 삼성 라이온즈)이 달성한 KBO리그 역대 최소 경기(19경기) 15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상대하는 팀의 감독마다 "최고의 투수"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해낸다면 더 나아가 KBO리그의 '21세기 최고 투수'로 우뚝 설 수 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8.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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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힘차게' NC 페디, 20승-1점대 평균자책점에 한 발 더 가까이

2023 KBO리그 최고 투수 에릭 페디(NC 다이노스)가 26년 만의 '20승-1점대 평균자책점' 달성에 한 발짝 다가섰다. 페디는 25일 홈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선두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4위 NC는 14-1로 크게 이겨, 페디는 시즌 16승(5패)째를 달성했다. 더불어 평균자책점을 2.01에서 1.97까지 낮춰, 평균자책점 1점대에 재진입했다. 페디는 KBO리그 입성 첫 시즌에 '20승-평균자책점 1점대'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앞서 박철순(1982년) 최동원(1985년) 선동열(1986년, 1989년, 1990년) 김현욱(1997년)이 '20승-평균자책점 1점대'를 달성한 바 있다. 페디가 이 고지를 밟는다면 KBO리그에선 26년 만에 탄생하는 대기록으로,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이다. 특히 1점대 평균자책점은 2010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평균자책점 1.82)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페디는 올 시즌 KBO리그 최소 경기 10승 타이기록(12경기), 최소경기 15승 타이기록(19경기)을 연거푸 달성했다. 그러나 최근 두 경기는 5이닝 1실점-6이닝 2실점에도 패전을 떠안았다. 페디는 이날 팀 타선의 화끈한 득점 지원을 받았다. NC 타선은 장단 19안타를 터뜨리며 4회까지 11득점을 뽑아 페디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페디는 '팀 타율 1위' LG 강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하며 야수진의 맹타에 보답했다. 5회 초 2사까지 퍼펙트 투구를 이어간 페디는 베테랑 김민성에게 안타를 맞고 이날 첫 출루를 허용했다. 경기 중반 큰 점수 차에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 실점은 14-0으로 앞선 7회 말 2사 후 오스틴 딘에게 던진 시속 131km 커브를 통타당해 내준 솔로 홈런이 유일했다.이날 스트라이크 비중 65%의 공격적인 투구로 7회까지 투구 수는 80개(스트라이크 52개)로 상당히 적었다. 탈삼진은 총 7개. 페디는 한계 투구수까지 한참 남았지만 점수 차를 고려, 8회부터 불펜진에 마운드를 넘겼다. 이형석 기자 2023.08.2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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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맏형' '안경 에이스'가 꿈꾸는 절실한 가을걷이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8)이 '행복한 가을'을 기다린다. 박세웅은 지난 9일 발표된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최종 엔트리(24명)에 포함됐다. 구창모(NC 다이노스) 최원준(KIA 타이거즈)과 함께 와일드카드로 뽑혔다. 평균 연령 23.2세의 젊은 대표팀에서 박세웅의 나이와 프로 경력이 가장 많다. 2014년 프로 입단한 박세웅은 벌써 10년 차다. 그는 "대표팀 최고참을 맡은 건 처음이다. 부담도, 책임감도 크다"며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박세웅에게도 이번 대표팀은 절실하다. 지난해 가을 상무 야구단 입대를 포기해 항저우 AG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거나,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올 시즌 종료 후 군 복무를 시작해야 한다. 박세웅은 항저우 AG 투수 엔트리에 포함된 투수 12명 중 대표팀 경험이 가장 많다.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를 시작으로 2020 도쿄 올림픽,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 다녀왔다. 국제대회에서 박세웅은 선발뿐만 아니라 불펜 투수로도 나선 경험이 많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표팀 내 전문 구원 투수가 적다는 평가에 대해 "6경기를 치르게 될 텐데 1+1 선발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는 컨디션도 고려했다. 박세웅은 4월 4차례 등판에서 1패 평균자책점 5.12로 부진했지만, 5월 이후 7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18로 호투했다. 박세웅은 태극마크에 진심이다. 지난 2월 WBC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보름 동안 소속팀 전지훈련 기간에 홀로 국내에 남아 훈련했다. 짧은 기간 인천-괌-인천-미국을 오가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훈련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웬만한 책임감 없이 내리기 쉽지 않은 결단이다. 박세웅은 WBC 일본, 체코전 2경기에 나와 6이닝 무실점으로 가장 잘 던졌다. 박세웅은 "국가를 대표해서 뽑힌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 지난 WBC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더 성숙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 합류 전까지, 또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후에는 '안경 에이스'의 역할에 매진한다. 최동원-염종석의 계보를 잇는 박세웅은 롯데의 토종 에이스를 맡고 있다. 지난가을에는 5년 총 90억원의 조건으로 구단 최초의 비FA(자유계약선수) 다년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롯데는 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세가 다소 꺾였지만 여전히 5할대 승률을 훨씬 상회한다. 박세웅은 최근 5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분전하고 있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 야구는 2017년이었다. 당시 박세웅은 12승 6패 평균자책점 3.68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아직 그 기억이 선명하다. 다시 한번 부산 사직구장에서 그때의 함성과 기세를 올리고 싶다. 박세웅은 "팀이 상위권에 있는데 더 위로 올라가고 싶다. 그래서 (포스트시즌 때) 밑에서 올라오는 팀을 기다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2023.06.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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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부산] '백투더 2020' 에이스 매치...두산, 알칸타라 완벽투로 3연패 탈출

두산 베어스가 라울 알칸타라(31)의 호투에 힘입어 최근 3연패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두산은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최근 3연패에서 탈출한 두산은 정규시즌 14승 14패 1무로 5할 승률에 복귀했다. 반면 9연승이 끝난 후 지난주 4연속 우천취소를 겪은 롯데는 이날 패배로 시즌 10패(15승)를 기록했다.이날 양 팀의 선발 투수는 3년 전 KBO리그를 지배했던 외인 에이스들이었다. 롯데 선발 댄 스트레일리는 당시 15승 4패 평균자책점 2.50 205탈삼진을, 두산 선발 알칸타라는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 182탈삼진으로 호투했다. 당시 골든글러브, 최동원상 등 주요 수상은 알칸타라가 가져갔으나 두 사람의 기량은 자웅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스트레일리는 이듬해 부진을 겪은 후 미국으로 돌아갔으나 지난해 대체 외인으로 KBO리그에 복귀해 11경기 평균자책점 2.31로 부활했고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했던 알칸타라는 계약을 마치고 올 시즌 두산으로 돌아왔다.9일 경기 전까지 두 사람의 성적은 희비가 갈렸다. 알칸타라는 2020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6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1.80으로 두산 마운드를 이끌었다. 반면 스트레일리는 5경기 2패 평균자책점 5.82에 그쳤다. 퀄리티 스타트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9일 경기만큼은 달랐다. 스트레일리가 2020년을 연상하게 하는 호투를 펼쳤고, 알칸타라도 당시와 다름 없던 현재 기량을 이어갔다. 오히려 페이스가 좋았던 알칸타라가 선취점을 내줬다. 롯데는 1회 초 안권수의 안타와 고승민의 진루타, 잭 렉스의 적시타로 득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한 방으로 반격했다. 두산 주장 허경민은 2회 초 2사 상황에서 스트레일리가 던진 직구를 공략,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포를 기록했다. 홈런 전까지 5타석 연속 범타를 기록하던 스트레일리의 기세를 끊을 만한 타구였다.그러나 스트레일리도 노련함으로 버텼다. 실점 후 추가 안타를 내줬던 스트레일리는 추가 실점 없이 2회를 마쳤다. 3회와 4회 각각 멀티 출루를 허용했으나 적절히 삼진과 범타를 유도하며 추가 실점을 1점으로 끝냈다. 힘으로 두산 타선을 압도하진 못했으나 예리한 제구로 두산 타선을 얼어붙게 하는 루킹 삼진을 만들어냈다. 스트레일리가 노련했다면 알칸타라는 롯데를 압도했다. 1회 실점 후 알칸타라는 더 공격적인 투구로 빠르게 이닝을 소화했다. 2회부터 4회까지 그 어떤 롯데 타자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했다. 3이닝 동안 투구 수도 28구에 불과했다.2-1 살얼음판 두산의 리드는 7회 초 깨졌다. 두산은 스트레일리가 내려간 후 단단했던 롯데 불펜을 상대로 추가점을 만들었다. 1사 후 이유찬이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리드오프 정수빈이 적시타로 추가점을 만들었다. 기세를 탄 두산은 김재환이 2사 후 안타를 더했고, 양의지가 이닝 세 번째 투수 신정락에게 대형 2루타를 쳐 4-1까지 리드를 벌렸다. 두산은 8회 박계범의 땅볼로 이날 승리를 굳혔다. 롯데는 8회 말 신인 김민석이 적시타로 한 점을 추격했으나 흐름을 그 이상 잇지 못했다.에이스 매치를 펼친 알칸타라는 7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4승을 거뒀다. 맞상대 스트레일리는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에도 시즌 3패를 안았다.두산 타선에서는 허경민이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맹타를 쳤고, 몰아치기에 능한 외야수 양찬열도 4타수 3안타 1득점으로 허경민 뒤를 받쳤다. 9번 타자 이유찬도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하위 타선 의 복병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롯데는 렉스가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지만, 알칸타라 호투에 기세를 내주며 4연속 우천 취소 후 첫 경기에서 아쉬움을 삼켰다.부산=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5.0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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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부산] 20승 투수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알칸타라, 4연속 QS 행진

역시 에이스다. 라울 알칸타라(31·두산 베어스)가 20승 투수다운 안정적인 투구로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다.알칸타라는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5-1 리드 상황까지 마운드를 지켜 시즌 4승 요건을 채운 그는 8회 필승조 정철원에게 공을 넘기고 이날 임무를 마무리했다. 탈삼진은 적었으나 투구 수가 단 86구에 그칠 정도로 효율적으로 롯데 타선을 상대했다.알칸타라는 지난 2020년 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당시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하며 투수 골든글러브, 최동원상 등을 휩쓸었다. 이후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했으나 2시즌 4승 6패 1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3.96에 그친 후 두산으로 복귀했다.올 시즌 초반 주춤했으나 이후 페이스가 좋다. 지난 4월 20일 대전 한화이글스전에서 8이닝 1실점 11탈삼진을 기록하더니 26일 삼성전에서도 6이닝 1실점 9탈삼진으로 흐름을 이었다. 페이스를 되찾은 그는 이달 2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 7탈삼진으로 평균자책점을 1점대까지 낮췄다.쾌조의 흐름은 부산에서도 이어졌다. 1회가 옥의 티였다. 1회 말 주 무기 포크볼을 공략당해 안권수에게 좌측 안타를 허용한 알칸타라는 후속 타자 고승민에게 진루타를 맞았고, 득점권 기회에서 잭 렉스에게 우전 안타로 선취점을 내줬다.그러나 이게 그가 내준 마지막 실점이었다. 전준우를 잡은 후 주자 렉스의 도루 시도를 잡아 1회 위기에서 탈출한 알칸타라는 곧 페이스를 되찾고 빠르게 이닝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2회 선두 타자 안치홍을 6구 승부 끝에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고, 후속 타자 노진혁은 단 2구, 한동희는 단 1구로 땅볼을 잡아냈다. 1회 21구나 던졌던 그가 2회는 단 9구로 이닝을 마치게 됐다.경제적인 투구는 계속됐다. 3회 말에도 정확히 공 9개면 충분했다. 선두 타자 유강남에게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솎아낸 알칸타라는 신인 김민석에게 공 2개로 우익수 뜬공을, 다시 만난 안권수에게는 공 4개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냈다.4회 역시 단 10구만 던졌다. 선두 타자 고승민에게는 2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6구 시속 137㎞ 고속 슬라이더를 던져 땅볼을 이끌었다. 후속 타자 렉스와 전준우는 단 2개씩만 던져 땅볼과 뜬공을 유도했다. 5회에야 안타를 맞았지만, '실속'은 여전했다. 1사 후 노진혁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후속 타자 한동희는 삼구 삼진, 유강남은 2구 만에 3루수 앞 땅볼을 기록하고 물러났다.안정감은 6회와 7회에도 다를 바 없었다. 6타자가 모두 범타에 그쳤고, 7회를 마치고도 투구 수가 단 86구에 그쳤다. 3회 역전에 성공한 타선도 7회 초와 8회 초 석 점을 내 리드를 벌렸다.총 86구. 8회 이상도 가능했지만, 이승엽 감독은 일요일 등판해야 하는 그를 위해 투수 교체를 선택하면서 이날 알칸타라의 투구는 7이닝으로 마무리됐다.부산=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5.0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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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 야구에 미쳐 호주로 날아간 구대성, 한국서 '제3의 야구인생' 꿈꾼다

2010년, 현역 최고령 투수였던 구대성(53)은 'KBO리그에서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는 더 이상 뛸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그해 구대성은 7경기에 등판해서 평균자책점 9.64에 그쳤다. 그가 눈을 돌린 곳은 호주였다. 이후 지금까지 14년째 호주에서 생활하고 있다. 구대성은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계속하고 싶어서 이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구대성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출범 40주년을 맞아 선정한 '레전드 40인' 투표에서 전체 8위에 뽑혔다. 투수로는 선동열·최동원·송진우에 이어 네 번째다. 1996년 다승왕과 구원왕을 동시에 차지하며 투수 4관왕에 올랐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KBO리그 최고의 투수가 된 그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4년, 미국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에서 1년 활약했다. 국가대표로서 일본전에 특히 강했고, 후배들에게는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심어줬다. 독특한 투구폼에서 비롯된 디셉션(투구 시 공을 숨기는 동작)이 트레이드 마크였다. 한화 시절 신인 류현진에게 서클 체인지업을 전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구. 한미일 야구를 모두 경험한 그는 2010년 가을, 호주로 날아갔다. 누구보다 선수 시절을 화려하게 보낸 '레전드'가 은퇴 후 해외에서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은 의외였다. 그로부터 벌써 14년이 흘렀다. 구대성은 "한국에서 야구 잘 되지 않았고, 선수로서 뛰기 더 힘든 것 같아 은퇴를 준비 중이었다. 그때 '호주 프로야구리그(ABL)가 창설한다'고 들었다. 마침 호주에 처제가 있어 직접 들러 둘러봤다. '선수로 계속 뛰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딸과 아들의 교육 핑계도 있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고 회상했다. 호주 야구대표팀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을 8-7로 꺾었다. 그러나 리그 수준은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된다. 구대성은 "호주의 야구 역사는 우리보다 길다. 한때 야구 인기도 엄청 좋았는데 어느 순간 확 식었다고 한다. 그래도 2010년 ABL 창설을 시작으로 야구의 경쟁력을 높이는 단계다. 내가 처음 왔을 때 시속 160㎞ 공을 던지는 등 수준 높은 투수들이 있었다. 다만 변화구에 약했다"고 돌아봤다. 구대성은 ABL 초대 구원왕에 오르며 한국 야구의 파워를 과시했다. 구대성을 시작으로 임경완과 고창성 등이 ABL에서 활약했다. 최근에는 각 구단의 신예 선수로 구성된 연합팀 질롱코리아가 ABL 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낯선 땅에 적응하기까지 어려움이 뒤따랐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의 장벽이었다. 시드니 블루삭스의 홈 경기 때는 자원 봉사자 통역이 따라붙어 도움을 받았지만, 원정 경기를 다닐 때면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그는 "손짓발짓 모든 것을 동원했다"고 떠올렸다. 때로는 자존심도 내려놓아야만 했다. 그는 "호주 동료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밥을 사며 다가가려 했다. 선수들이 나에 대해 잘 몰라서 '메츠에서 1년간 뛰었다'고 말했다. 그러면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와서 '굿 슬라이딩'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날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떠올렸다. 2005년 당시 메츠 루키 역사상 최고령(36세) 선수 빅리그에 데뷔한 구대성은 뉴욕 양키스 랜디 존스에게서 2루타를 때려낸 뒤 후속 타자의 번트 때 3루를 거쳐 홈까지 쇄도했다. 짜릿한 득점을 얻었지만 투수에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치명타였다. 구대성은 이후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그 여파로 1년 만에 빅리그 도전을 마감했다.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도 견뎌야만 했다. 구대성은 "날 얕보거나 깔보면서 차별하는 선수들도 있다. 손바닥만 한 나방을 가리키며 그걸 주워 먹으라고 했다. 그래서 '네가 먹으면 내가 먹을게'라고 맞섰다. 숙일 때는 숙이되 강할 때는 강하게 싸웠다. 가끔 열 받으면 한국말로 욕했다"고 했다. 2015년까지 선수 생활을 한 구대성은 시드니 블루삭스 코치(2016~17), 질롱 코리아 감독 겸 선수(2018~19)로 활약했다. 요즘에는 무보수로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16세 이하 대표팀 선수를 지도하고, 지역 야구 꿈나무의 훈련을 돕고 있다. 구대성은 요즘도 일주일에 최소 하루는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진다. 그는 "한 번도 야구가 힘들거나 지겹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야구는 늘 즐겁다"라고 했다. 구대성은 올해 질롱코리아 소속으로 3경기에 나서 2와 3분의 1피안타 0자책을 기록했다. MLB 공식 소셜미디어(SNS)도 "53세의 투수가 아직도 공을 던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구대성은 "직구 최고 시속이 130㎞(실제 최고 117㎞) 나올 거라 자신했는데 오버였다"고 웃었다. 구대성은 야구 사랑, 가족 사랑은 지극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현역 시절 휴대전화 번호를 주변에 좀처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과의 시간을 방해 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는 "선수 때는 가족들과 지낼 일이 거의 없었는데, 여기선 함께 있어서 정말 좋다"고 반겼다. 구대성은 한국 야구를 빼놓지 않고 챙겨보고 있다. 그는 "나도 '저기(한국) 서 있으면 어떨까' 생각도 한다. 아마추어든 어디든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 날아가 돕고 싶다"고 했다. 호주에서 인생 2막을 살고 있지만, 터전이 바뀌었을 뿐 그는 여전히 야구와 함께다. 구대성은 한국에서 '제3의 야구 인생'을 꿈꾸고 있다. 이형석 기자 2023.03.2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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